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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에리카 크로포드 박사 “미국 대학에서 뇌교육 주제 첫 박사 학위 논문”

미국의 한 대학에서 직장에서의 업무 성과 향상에 뇌교육이 미치는 효과를 연구한 박사 학위논문이 처음으로 나왔다. ‘뇌교육이 직장인 스트레스 관리, 업무 수행력, 인간관계, 웰빙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연구(Examining the Effects of Brain Education on Employee Stress Management, Work Performance, Relationships, and Well-being)’를 주제로 한 미국 브랜드맨대학(캘리포니아주 어바인시) 교육학 조직리더십 분야의 박사 학위 논문이다. 논문 저자인 에리카 크로포드Ericka Crawford 박사는 20년 넘게 생명공학 분야 기관들을 이끌어왔다.

에리카 크로포드 박사

이번 논문은 기업의 효율적 운영과 직원 웰빙 증진에 있어 뇌교육의 효과를 분석한 연구로 미국에서 박사 학위 논문으로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양적 데이터로 드러내기 힘든 뇌교육 훈련자들의 경험을 질적 연구 방법으로 생생하게 분석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지난 40여 년간 미국 내 기업들은 직무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 방안으로 명상이나 바이오피드백, 요가, 인지 재구조화 등과 같은 프로그램들을 시행해왔다. 구글은 2007년부터 직원들의 주의집중력 질을 높이기 위해 ‘내면검색’이라는 사내 명상 프로그램을 개발해 시행하고 있다. 구글 외에도 어도비, 애플, P&G, 포드, 제너럴 밀즈, 골드만삭스, 나이키, 허핑턴포스트 등 미국 내 유수의 기업이 마인드풀니스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해당 연구에서는 뇌교육을 ‘건강과 행복을 비롯해 삶에서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자신의 뇌가 가진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체계화된 심신 훈련 시스템’이라고 정의하면서 그 방법에 있어 동양의 힐링 기술, 마인드풀니스, 명상, 신경과학, 그리고 긍정심리학의 요소들을 갖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크로포드 박사는 미국의 성인 뇌교육 훈련기관인 바디앤브레인센터에서 뇌교육 훈련을 경험한 21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질적 연구를 수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직원들의 효과적인 스트레스 관리 능력, 업무 수행력, 인간관계, 웰빙이 향상됐음을 제시하고 있다.

논문은 미국 브랜드맨대학 온라인 자료실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그는 현재 마라바이 라이프사이언스사 부사장으로 품질관리 시스템 기획과 시행을 책임지고 있다. 몇 년 전에는 자신의 코칭 사업을 시작, 뇌교육의 원리와 코칭을 접목해 조직과 개인이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한국 독자들에게 이번 논문을 소개하기 위해 화상 인터뷰로 크로포드 박사를 만났다.

뇌교육을 학문적으로 연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뇌교육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뇌교육 전문가들도 단 몇 문장으로 그 핵심을 요약하기 어려워한다. 그리고 현재 학생과 일반 뇌교육 훈련자를 대상으로 뇌교육 효과를 보여주는 연구들은 많지만, 아직 직장 내 뇌교육 프로그램 시행에 따른 효과에 대해 집중한 연구는 없었다. 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뇌교육이 업무 성과 향상에 도움이 되는지, 그렇다면 무엇이 그러한 결과를 나타내는지 알고 싶었다.

그것이 내가 학교로 돌아가 뇌교육을 학문적으로 연구하게 된 하나의 이유다. 나도 뇌교육을 통해 많은 긍정적인 변화를 체험했고, 직장에서 뇌교육을 가르치며 참가자들에게 일어나는 긍정적 변화에 대해 듣고 있지만, 왜 이러한 변화가 일어나는지에 대해 설명할 수 없었다. 이 논문은 뇌교육으로 일어나는 체험을 어떤 언어로 표현하면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그리고 직장에서의 뇌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함으로써 조직이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에 대한 나 자신의 탐구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논문에서 마인드풀니스와 명상 연구에 대한 문헌 고찰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마인드풀니스, 명상, 그리고 뇌교육은 서로 어떤 관계인가?

마인드풀니스란 의식이 과거나 미래로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머무르는 상태이다. 명상은 그러한 의식의 상태를 만들기 위한 멘탈 트레이닝이라고 할 수 있다.

뇌교육은 뇌 감각 깨우기, 뇌 유연화하기, 뇌 정화하기, 뇌 통합하기, 뇌 주인되기 5단계의 시스템으로 구성돼 있다. 그중 1~2단계는 에너지를 느끼는 몸의 감각을 깨우고 뇌를 좀 더 유연하게 만드는 데 집중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내면에서 일어나는 생각의 흐름을 자각하고 현재에 의식을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명상, 마인드풀니스, 체조, 놀이 등 다양한 훈련법들이 각 단계의 목표에 맞게 활용된다.

5단계 시스템으로 이뤄진 뇌교육의 목표는 의식을 현재에 머무르게 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고 삶의 주인으로서 스스로 원하는 삶을 창조하도록 하는 것이다.

서양에서는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명상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시작됐다고 알고 있다. 21세기 들어 직원 교육에 명상을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실증적 연구도 활발한가?

지난 몇 년간 구글이나 야후 등 사내에 명상과 마인드풀니스 프로그램을 도입한 기업들의 사례가 자주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대부분의 기업이 운동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것과 같은 목적으로, 직원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 명상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직원들이 건강할 때 업무 성과가 더 좋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직원 건강 증진 목적에서 업무 수행력 향상 쪽으로 명상과 마인드풀니스 프로그램 효과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명상이나 마인드풀니스 프로그램이 업무 수행력 향상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한 연구 결과는 거의 없다. 내가 아는 유일한 연구는 애트나Aetna라는 의료보험회사에서 발표한 것으로, 직원들에게 마인드풀니스 프로그램을 시행한 결과 1인당 3000달러 가치의 생산성이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기업의 리더들이 이번 나의 연구를 통해 뇌교육 훈련법이 어떻게 직원의 웰빙과 업무 수행력 모두를 향상시킬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당신은 21명 뇌교육 훈련자들의 인터뷰를 분석해 뇌교육이 업무 성과에 어떻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기술하고 있다. 당신의 연구 과정을 간단하게 설명해 달라.

나는 뇌교육 훈련을 통한 인간의 기능 향상이 업무 성과 향상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2016년에 대런 굿Darren J. Good 박사팀에서 개발한 ‘마인드풀니스와 업무 성과를 연결하는 통합적 논리 틀(Integrative Framework Relating Mindfulness to Workplace Outcomes)’을 수정해서 사용했다.

이 논리 틀을 사용해 일반적인 인간의 기능 향상에 뇌교육이 미치는 긍정적 효과에 대한 그동안의 연구 결과들을 인지․정서․행동․생리적 기능 영역별로 분류했다. 그리고 다양한 직업의 뇌교육 훈련자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체험을 분석해 인지․정서․행동․생리적 영역에서의 기능 향상이 업무 수행 능력, 인간관계, 웰빙 영역에서 업무 성과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 결과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인터뷰 참여자 사례를 소개한다면?

인상 깊은 이야기가 많지만 그중 세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우선 뇌교육이 감정 조절에 도움을 주어 직장에서의 인간관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는 참가자 이야기이다. 그녀는 동료가 자신에게 목소리를 높이면 참을 수 없이 화가 나서 큰소리로 응대하곤 했다. 그런데 뇌교육 훈련을 하면서 그런 습관이 유년 시절의 경험에서 비롯한다는 것을 자각하게 됐다고 한다. 훈련을 통해 감정 에너지에 변화를 주자 그녀는 더 이상 소리 높여 말다툼하지 않게 됐다. 지금은 타인의 감정을 좀 더 잘 이해하게 돼 동료들과의 관계가 좋아졌다고 한다. 그녀의 사례는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익힘으로써 스트레스를 줄이고 좀 더 행복하고 생산적인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또 다른 참가자는 뇌교육으로 어떻게 효과적인 스트레스 관리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그는 뇌교육을 알기 전에는 스트레스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남자로서 스트레스를 느껴서는 안 된다고 믿었다고 한다. 스트레스 신호를 무시하고 업무를 계속하다 보니 특히 오후가 되면 집중력이 떨어지곤 했다. 그럴 때면 커피를 마시거나 달리기도 하고 맥주 한 잔을 마시곤 했다. 때때로 화를 내기도 하던 그가 뇌교육을 통해 그러한 자신의 행동들이 피로와 스트레스의 신호였다는 것을 자각하게 됐고, 몸에 의식을 집중하는 다양한 호흡법을 통해 에너지를 재충전할 수 있게 됐다.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자각하고 건강한 방법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면 웰빙을 전반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스트레스를 스스로 관리할 수 있게 되면서 약물 치료를 줄이거나 중단할 수 있고, 그로 인해 헬스 케어 비용을 낮출 수 있었다고 말한 직원들도 많았다.

마지막 사례는 내과의 보조사의 이야기이다. 이 보조사는 뇌교육 훈련을 통해 환자를 돌볼 때 그녀의 감정을 잘 관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번아웃은 의사나 간호사 같은 헬스 케어 종사자들에게 더욱 중요한 이슈인데, 대부분의 시간을 환자들과 보내기 때문에 그들의 부정적 감정에 쉽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녀는 뇌교육 훈련을 통해 환자에 대한 연민과 공감 능력은 향상시키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고 한다.

이러한 변화를 일으키는데 있어 뇌교육의 어떤 점들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가?

인터뷰 참가자들이 가장 자주 언급한 것은 자신의 에너지 상태를 자각하고 변화를 줄 수 있는 능력이었다. ‘에너지’라는 말과 ‘에너지를 관리한다’는 말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새롭고 낯설 것이다. 하지만 스트레스나 감정은 에너지이다. 그렇기 때문에 에너지를 느끼고 잘 관리하는 방법을 알게 되면 스트레스와 감정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참가자들이 자주 언급한 명상법으로 뇌파진동명상과 에너지명상(지감명상)이 있는데 이러한 명상법들이 자신의 에너지 상태를 자각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를 줄 수 있는 도구가 됐다고 한다.

또한 참가자들은 ‘몸을 통한 체험적 학습(앎)’이라는 점도 자주 언급했다. 체험 없이 글과 말로 된 강연만 들어서는, 그 강연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지식을 온전히 체화할 수 없다. 뇌교육은 단순히 말로 정보를 전달해주는 대신 몸을 통해 그것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다.

뇌교육은 몸을 통해 에너지에 대한 감각을 키움으로써 자기 인식을 높인다. 모든 변화는 자기 인식에서 시작된다. 자기 인식을 통해 감정과 스트레스를 조절할 수 있고, 때로는 잘 집중하고 있지 않는 순간을 알아차릴 수 있다.

《브레인》 독자들을 위해 한 말씀 해 달라.

논문을 준비하며 더욱 강하게 확신하게 된 것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가가 우리의 경험을 창조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나의 생각이나 감정, 가치 체계를 알아차리고 나와 다른 사람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웰빙을 이루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학교에서는 몸에 대한 감각, 에너지에 대한 감각을 깨워 나와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생각과 감정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내 안에 있다는 것을 가르치지 않는다. 이러한 자기 주도적 삶을 부담스럽게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지금 행복하지 않고 뭔가 삶에 중요한 것이 빠져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뇌교육은 자신 안에서 건강과 행복, 평화를 창조하는 방법을 안내해줄 것이다.

개인의 삶이 충만해질 때 조직은 자연스럽게 번영하게 되고 사회로, 국가로, 그리고 지구로 충만함이 흘러넘치게 되리라 믿는다.

인터뷰 정리. 김지인 국제뇌교육협회 국제협력팀장 | 사진 제공. 에리카 크로포드

(이 글은 브레인 79호에 실렸습니다. www.brainmedia.co.kr)